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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nside] 미국의 '희망적인 시그널' 몇가지 Issue & Report

주택경기 안정권에 접어들고, 휴스턴에선 고급차 날개돋친 듯 팔려
곡물 값 상승으로 이득 보는 곳도…경제 다양성이 위기의 미국 구할 듯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올해 초 서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은행가가 "지금 미국경제는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확실히 미국 경제는 많은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은행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망적이지는 않다.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쯤에는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후퇴를 가져온 불러온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주택 경기다. 주택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다행히도 기존 주택 매매는 지난 2월에 증가했고, 이는 지난 4분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즉 주택 경기는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필자가 LA에서 처음으로 집을 샀던 2006년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집을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많았다. 집을 사기가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주택 매매 건수는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입찰 가격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쉴러 주택가격 지수는 1년 전보다 11%가량 떨어졌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매매 건수와 가격이 모두 다 떨어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그냥 은행에 집을 넘겨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고통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소비자의 생각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미시간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 매매 환경이 호전되면서 구매자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가 모두 떨어지면서 '주택 구입 능력 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가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노력도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중앙은행은 자금을 쏟아 부었고, 그 중 일부가 모기지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오는 5월에 집행될 세금 환급도 경기 하강의 쿠션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자본금 보유 규정을 완화시켜 대출을 더 많이 일으키도록 한 조치도 도움이 됐다.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구제 조치 또한 금융시장의 자신감을 회복시켰다. 이제 시장은 정부가 주요 금융회사의 부도를 막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FRB는 월스트리트의 금융 회사들이 주택을 비롯한 다양한 담보 대출에 대한 보증을 설 수 있도록 돈을 대주고 있다. 게다가 지금 금융회사들은 예전처럼 주택저당증권(MBS)을 특가(特價)에 판매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지도 않다.
최근 미국 상원이 주택담보대출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가결했다. 주택건설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금 우대 조치와 저당 잡힌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가구당 70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물론 하원이 이 법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발효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 같은 정부의 의지로 인해 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경계 심리가 누그러지고 있다.
물론 주택 경기의 하강이 완전히 끝났다고 결론 짓는 것은 아직 이르다. 현재 진행 중인 경기 침체는 실직(失職)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 수요를 더 줄이게 될 것이다. FRB의 급격한 정책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담보 대출 금리는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 정책 금리와 담보대출 금리 간의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가 이번 경제 위기를 잘 피해나갈 것이라고 믿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경제의 다양성 때문이다.
한때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서부 지역은 현재 고통스러운 불황에 처해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낮은 경제 성장률로 세수(稅收)가 크게 줄었다. 이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교육 예산 감축으로 이어져 수천명의 교사들이 해고당했다. 네바다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시간이나 오하이오, 미주리, 펜실베이니아 같은 중서부 지역도 주택과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높아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로키산맥에서부터 평야까지의 지역, 즉 몬태나와 텍사스 사이의 경제는 기름 값과 식품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덕을 보고 있다. 석유 자원의 중심지인 텍사스 휴스턴의 경우는 관련 기술자를 찾는 수요가 넘쳐나고 있다. 벤츠나 BMW 같은 비싼 차들이 호떡 집에 불 난 것처럼 팔려나간다. 이 지역에는 주택 버블이 터지지 않았다. 몬태나와 와이오밍은 석유와 석탄 등 다른 원자재가 생산되기 때문에 경기가 상당히 좋고 고용률도 높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네브래스카에서 캔자스, 콜로라도 등의 평야는 곡물 가격의 상승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다. 농장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 지역의 1인당 소득 증가율은 미국 전국 평균보다 큰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트랙터나 콤바인 같은 농작물 기구 판매는 매우 건실하다. 이 지역에서는 주택이나 자동차 불경기를 볼 수가 없다. 고용률도 건실한 편이다.

요약해 보면 미국 경제의 골칫거리인 주택 경기가 다소 안정되는 시그널이 보이고 있고, 미국의 몇몇 지역에서는 높은 석유 가격과 식품 가격에 의해 오히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3단계를 거쳐 곤경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첫번째는 주택 경기가 바닥을 치고 연내에 다시 되살아 나는 것이다. 두번째는 경제 전반이 주택 가격 안정과 정부 부양에 힘입어 2분기쯤에 다시 오름세로 올라가는 것이다. 세번째 단계는 금융 시장이 회복돼 2009년쯤 다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입력 : 2008.04.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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